BISHOKU QUEST

여행지에서 만난, 마음에 남는 한 접시

‘BISHOKU QUEST’는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미식을 찾아가는 블로그입니다.
셰프의 고집과 지역 식재료의 매력, 그리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정성스럽게 전합니다.

아루토코로(Aru Tokoro)에 대하여

컨셉

사가현 가라쓰시의 카가미야마 산기슭에 자리한 ‘아루토코로’는 약 130년 된 일본 전통 민가를 정성스럽게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이 이름은 일본 옛 동화의 첫 구절인 “옛날 옛날에, 어느 곳에…”(むかしむかし、あるところに…)에서 유래했으며, 손님을 마치 이야기 속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따뜻한 울림을 지닌다.

화려한 연출이나 과한 기법보다, 가라쓰의 바다와 산이 주는 재료 본연의 풍요로움을 담아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진심 어린 요리를 추구한다.
생선, 채소, 쌀 모두 불의 세기나 소금 한 꼬집의 차이로 인상이 달라지기에, 히라카와 셰프는 ‘불필요한 손길을 더하지 않는다’, 즉 “재료를 있는 그대로 살린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옛집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황토벽, 전통 가마(가마도), 그리고 대나무 공예품들이 만들어내는 수공예적 온기가 따스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 전체가 레스토랑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셰프 소개: 히라카와 나오 (Nao Hirakawa)

오너 셰프 히라카와 나오(平川直)는 1982년 후쿠오카시 출생이다.
대학에서 전통 공예를 전공하며 창작 활동에 몰두하던 중 요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도쿄 긴자의 가이세키 레스토랑과 미도리가오카의 ‘미키토우(幹とう)’에서 수련한 후, 후쿠오카의 명점 ‘타라후쿠 만마(たらふくまんま)’에서 약 4년간 기술을 연마했다.

‘타라후쿠 만마’에서 배운 가마도 밥 오니기리(おむすび)는 ‘아루토코로’의 상징적인 요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지닌 그 오니기리에는 그의 수련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2015년, 그는 직접 130년 된 옛집을 개조해 ‘아루토코로’를 열었다.
이 이름에는 “옛날 옛날에, 어느 곳에…”라는 말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자신만의 ‘어느 곳’을 발견하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히라카와 셰프의 요리는 ‘더하기보다 빼기’를 원칙으로 한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재료에 정직하게 마주한다.
그가 쌓아온 세련된 기술과 태도를 통해 가라쓰의 재료들은 더욱 빛나며, 손님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레스토랑 수상 경력

『미쉐린 가이드 후쿠오카・사가・나가사키 2019 특별판』에서 ‘아루토코로’는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다.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역의 미식가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단번에 납득할 수 있는 곳이다.

 

다이닝 프롤로그

외관 & 입구

가라쓰의 카가미야마 산기슭에 조용히 자리한 ‘아루토코로’는 돌담길 좁은 오솔길 끝, 140년 된 고민카(古民家, 전통 민가)를 개조한 건물로 나타난다.
잡초 사이로 ‘아루토코로’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결한 목제 간판이 서 있어, 마치 옛 동화의 서막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길 끝에는 격자무늬 창과 흰 노렌이 걸린 본채가 손님을 맞이한다.
햇살이 정원으로 스며들고, 세월의 흔적을 품은 기와지붕과 오래된 목재가 고요한 기운을 풍긴다.
안으로 들어서면 일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이야기 속 한 장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다이닝 공간

‘아루토코로’의 다이닝 룸은 히라카와 셰프가 직접 설계하고 개조했다.
원래 다다미방이었던 공간은 바닥을 걷어내고 흙바닥 도마(土間)로 변신했다. 오래된 목조 기둥과 황토벽은 그대로 남겨 두었으며, 윤이 나는 목재 테이블과 의자가 더해졌다. 중앙의 카운터는 셰프의 무대이자 중심이다.

과거 지붕 위에 올려져 있던 에비스(恵比寿) 오니가와라(鬼瓦)가 실내에 자리해 조용히 공간을 지켜본다.
배경에는 클라리넷 듀엣이 은은히 흐르며, 식사의 흐름을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끌어준다.

형식적인 레스토랑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부엌 아궁이에 초대받은 듯한 따뜻함이 있다.
셰프의 동작과 불빛의 흔들림마저 하나의 연출로 느껴지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메뉴 구성

‘아루토코로’에서는 모든 손님이 히라카와 셰프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오마카세 코스를 즐긴다.
메뉴는 가라쓰의 바다와 산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매일 달라진다.

일본 요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치주산사이(一汁三菜, 한 그릇의 국과 세 가지 반찬)’ 정신으로 돌아가는 듯한 구성도 있으며, 코스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마도 밥 오니기리는 특히 인상 깊다.
그의 수련지인 ‘타라후쿠 만마’에서 이어진 이 오니기리는 이곳을 상징하는 요리이기도 하다.
밥알의 단맛, 식감, 소금 간의 조화가 완벽해 한 입 후에도 자꾸만 다시 손이 가게 된다.

화려한 향연이 아닌, 가라쓰의 축복을 담은 진솔한 오마카세 — 셰프의 손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시간이다.
“옛날 옛날에, 어느 곳에…”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연속처럼, 손님 각자가 자신만의 이야기의 여운을 품고 돌아간다.

요리 구성

츠루무라사키 오히타시 (데친 몰로키아)

식사는 제철 나물인 ‘츠루무라사키(蔓紫)’를 데쳐 다시(だし)로 간단히 무친 요리로 시작된다.
선명한 녹색의 색감이 아름답고, 갓 깎은 가쓰오부시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한입 머금으면 부드럽고 약간 점성 있는 식감이 입안에 퍼지며, 다시의 감칠맛과 어우러져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이다.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스며 있는 요리였다.

방울토마토 초절임

다음은 산뜻한 작은 그릇 요리로, 방울토마토 초절임이 나왔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다시가 밴 식초에 가볍게 절이고, 잘게 썬 양파를 올려 아삭한 포인트를 더했다.

토마토의 단맛과 산미가 균형을 이루며, 양파의 향이 뒷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초여름의 밝은 색감과 맛을 그대로 담은 한 접시였다.

야리이카 소멘(가라쓰산 창꼴오징어 회)

가라쓰 근해에서 잡은 신선한 야리이카(창꼴오징어)를 가는 실처럼 썰어 면처럼 담은 ‘이카 소멘’이다.
투명하게 빛나는 하얀 살은 놀라울 만큼 매끄럽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피어난다.

차갑게 식힌 다시에 담아 생강과 함께 곁들여 먹는데, 생강의 상큼함이 오징어의 섬세한 맛을 돋운다.
불필요한 요소를 뺀 미니멀한 요리로, 재료 그 자체의 힘이 느껴진다.

도미 사시미 (타이 오츠쿠리)

다음은 가라쓰산 도미(鯛) 사시미.
미리 간이 살짝 되어 있어, 와사비만 곁들여 단순하게 즐긴다.

살결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깊으며, 간을 미리 한 덕분에 생선의 단맛이 더욱 또렷하다.
와사비를 살짝 더하면 향이 살아나고 맛이 한층 또렷해진다.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균형과 깊이를 표현한 한 접시였다.

이 코스에는 내추럴 화이트 와인 ‘그뤼너 펠트리너(Grüner Veltliner)’가 페어링되었다.
산뜻하고 향긋한 산미가 생선의 맛을 깔끔하게 이어주며, 음식의 여운을 자연스럽게 확장시켰다.

‘아루토코로’에서는 사케뿐 아니라,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내추럴 와인 리스트도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페어링이다.

가지 쿠즈조(葛仕立て)

따뜻하게 서빙된 투명한 국물요리로, 튀긴 가지를 쿠즈(葛, 칡전분)로 걸쭉하게 만든 다시에 담았다.
가쓰오부시로 낸 맑고 향기로운 국물이 부드럽게 가지를 감싼다.

한입 머금으면 다시의 향이 퍼지고, 가지는 속까지 간이 배어 녹아내리듯 부드럽다.
쿠즈의 미끄러운 질감이 편안함을 더하며, 마음을 조용히 달래주는 요리다.

여름채소 덴푸라

여름 제철 채소 3종 — 섬 오크라, 여주(고야), 사사게콩을 가볍게 튀겨 낸 덴푸라.
간단히 김소금만 곁들였다.

오크라의 점성, 여주의 쌉싸래함, 사사게의 풋내가 각각의 개성을 뚜렷하게 전한다.
소금의 미묘한 간이 단맛을 끌어올리며, 여름의 생동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킨자쿠라 돼지 어깨 등심 숯불구이 (가라쓰산)

메인 요리는 가라쓰 지역산 ‘킨자쿠라 돼지’의 어깨 등심을 숯불에 천천히 구워낸 요리.
시간을 들여 구운 뒤 충분히 휴지시켜 고기의 본래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냈다.

결이 곱고 지방의 단맛이 세련되어, 한입마다 진한 감칠맛이 퍼진다.
부드럽지만 씹는 즐거움도 살아 있는 질감이 일품이며,
곁들여진 시시토(일본 풋고추)의 은은한 쓴맛이 돼지고기의 단맛을 절묘하게 받쳐준다.

가라쓰산 하모 샤부샤부

다음은 가라쓰산 하모(갯장어) 샤부샤부.
뼈와 머리로 낸 맑은 국물은 투명하지만 깊은 풍미와 해조의 향을 지닌다.

너무 신선해 회로도 먹을 수 있을 정도지만, 셰프의 추천은 10~20초 정도 담가 적당히 익히는 것.
살짝 익힌 하모는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 입안에서 은은한 단맛이 퍼진다.

미즈나(수경갓) 등 제철 채소들이 국물의 단맛을 더하고, 식사가 진행될수록 다시가 점점 더 깊은 맛으로 변한다.
마지막엔 그 국물 자체가 완성된 요리가 되어, 가라쓰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조화를 이룬다.

오니기리와 낫토 된장국

마지막 코스로 기다려온 오니기리가 등장했다 — 갓 지은 뜨거운 가마도 밥을 셰프가 손으로 정성스럽게 쥔 주먹밥이다.
간단한 절임채와 함께 곁들여지며, 밥의 단맛과 향이 선명하게 살아 있고, 한입 한입 생명력이 느껴진다.

함께 나온 된장국은 가라쓰의 노포 ‘가와시마 두부점’의 자루두부(ざる豆腐)를 사용해 만든 낫토 미소국.
‘타라후쿠 만마’ 시절부터 이어온 이 오니기리는 ‘아루토코로’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 단순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진심의 맛이다.

오니기리 (두 번째) – 자가제 치리멘산쇼

손님이 원한다면 두 번째 오니기리도 준비된다.
이번에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 치리멘산쇼(실치와 일본산초를 졸인 것)를 밥에 섞고 향긋한 김으로 감쌌다.

산초의 은은한 매운맛과 실치의 감칠맛이 밥의 단맛을 돋우며, 섬세한 향이 피어나는 한입.
셰프의 세심한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맛이었다.

오니기리 (두 번째) – 자가제 매실절임

또 다른 버전은 직접 담근 우메보시(매실절임)를 넣은 오니기리였다.
따뜻하고 달콤한 밥 사이로 우메보시의 짙은 산미와 짠맛이 어우러지고, 구운 김의 고소한 향이 마무리를 맺는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였다.

디저트 & 피날레

수제 즌다모치

디저트는 직접 만든 즌다모치 — 신선한 에다마메로 만든 고명(즈ん다앙)을 부드러운 찹쌀떡 위에 올린 것이다.
부드럽고 진한 맛의 콩앙은 신선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전한다.

한입 베어 물면 에다마메의 존재감이 그대로 느껴지고, 은은한 단맛과 흙내음이 어우러진다.
진심 어린 맛의 디저트로, 포장해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총평

가라쓰 카가미야마 산기슭에 자리한 ‘아루토코로’에서의 식사는 마치 오래된 옛이야기의 한 페이지를 여행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각 요리는 계절의 공기와 땅의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지만,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 그리고 가마도 밥 한 알 한 알까지 재료 본연의 생명력이 셰프의 절제된 솜씨로 더욱 빛났다.

다다미방에서 도마(土間) 공간으로 변모한 셰프의 손길이 담긴 공간은 요리와 하나로 이어졌고,
실내의 에비스 오니가와라와 부드러운 클라리넷 선율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이치주산사이의 단순함, 대지의 은혜를 기리는 순수함 — 그리고 중심에는 ‘타라후쿠 만마’ 시절부터 이어온 가마도 밥 오니기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레스토랑의 영혼이라 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아루토코로(어느 곳)’는 손님 각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어느 곳’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음식과 공간을 통해,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이야기의 한 장면을 품고 돌아가게 된다.

예약 및 접근 안내

예약

  • 전화 예약: 0955-58-8898
  • 예약 필수: 코스 요리만 운영
  • 2인 이상부터 예약 가능, 최소 하루 전 사전 예약 요망

오시는 길

  • 주소: 사가현 가라쓰시 카가미 732
  • 가장 가까운 역: 니지노마츠바라역에서 약 2km (도보 불가)
  • 자동차 이용 시: 히가시가라쓰역에서 약 10분 거리
  • 버스 이용 시: ‘카지와라이리구치(梶原入口)’ 정류장에서 도보 약 2분
  • 주차장: 가게 내 마련

영업시간 및 휴무일

  • 런치: 오전 11시 – 오후 3시
  • 디너: 오후 5시 – 오후 10시
  • 정기휴일: 비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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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MACHI
「알려지지 않은 미식 여행으로 — 마음과 오감을 채우는 특별한 순간」

BISHOKU QUEST는 일본 곳곳의 숨은 미식 스폿을 찾아 떠나는 맛의 여행 프로젝트입니다.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를 살린 요리, 셰프의 열정과 철학이 담긴 작은 레스토랑, 그리고 음식을 통해 그 지역만의 문화와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소개합니다.
단순히 맛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 스토리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
마치 새로운 발견을 하는 듯한 설렘으로, 특별한 미식의 여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음식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맛의 만남과 감동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