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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야경 너머,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홍콩과 한 접시를 찾아서
파리, 바르셀로나, 타이베이를 거쳐 온 “50 Best Gastronomic Journey”. 이번에 향한 곳은 홍콩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빅토리아 하버에 번지는 야경, 그리고 광둥요리의 기억. 영국 통치의 흔적을 간직한 거리는 지금 조금씩 ‘중국화’의 기운을 두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얼굴을 지켜내고 있다고 한다. 식민 시대에 뿌리내린 미식 문화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떤 한 접시를 보여줄 것인가.
이번 여정은 뉴욕에 거주하는 푸디(Foodie) 친구가 기획하고 레스토랑을 예약해 준, 특별한 한 편이다. Asia’s 50 Best Restaurants 상위권 단골들이 늘어선 라인업에, 출발 전부터 기대는 커져만 갔다.
출발 전 확인한 일기예보에는 태풍 표시가 두 개나 나란히 떠 있었다. 그럼에도 일정을 바꿀 이유는 되지 않았다.
2박 3일, 얼마나 깊은 홍콩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고양감을 품은 채,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했다.

Gastronomy Journey | Day 1
후쿠오카 → 홍콩: 여정의 시작
출발하는 아침,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앞으로 펼쳐질 며칠간에 대한 설렘을 안은 채, 먼저 보안검색대로 향한다.




새롭게 단장한 푸드코트에서 허기를 달래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 막 리뉴얼을 마친 새로운 푸드코트 “HAKATA FOOD HALL”이 펼쳐졌다.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인테리어, 면세점 구역에는 PORTER나 SK-Ⅱ 같은 낯익은 브랜드 매장들. 지금까지의 후쿠오카 공항과는 또 다른, 세련된 공기에 잠시 놀라게 된다.


우동, 함박스테이크, 장어, 튀김, 모츠나베, 돈카츠, 라멘…. 풍성한 선택지 앞에서 눈을 돌리다 고른 것은 “카마키리 우동”.
주문한 것은 소고기 우엉튀김 우동. 달콤짭짤하게 조린 소고기와 향긋한 우엉튀김이 듬뿍 올라간 한 그릇. 깊은 다시(출汁)의 풍미에, 여정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서서히 스며든다.

여기에 옆집 “타케노야”에서 닭껍질 꼬치도 추가했다. 바삭하게 구워낸 닭껍질은, 이것만으로도 맥주가 술술 넘어갈 법한 한 점. 탑승 전 요기치고는 다소 호사스러운 구성이 되었다.


탑승 게이트로
배를 채우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모니터에 표시된 것은 ‘홍콩’이라는 글자와 UO601편, 12시 55분 출발 안내. HK Express 단독 운항이면서 동시에 캐세이퍼시픽과의 코드셰어 편이라고 한다.


후쿠오카에서 홍콩까지는 직항으로 약 3시간 30분. LCC인 만큼 기내식은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드디어 홍콩을 향해 이륙했다.
홍콩 국제공항 도착
현지 시간 오후, 무사히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로비에는 크게 빛나는 ‘100’이라는 숫자. 아무래도 홍콩 국제공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였던 모양으로, 뜻하지 않게 뜻깊은 순간에 함께하게 되었다.


도착 로비를 지나, 이제 홍콩의 거리로. 입국 심사를 마친 뒤의 이 고양감은, 몇 번을 여행해도 변하지 않는다.

환전을 마치고 시내로
시내로 이동하기 전, 먼저 환전을 마치기로 했다. 타이베이 편에서 겪었던 ‘환전 부족 트러블’을 교훈 삼아, 이번엔 넉넉하게 환전했다. 손에 쥔 것은 홍콩다운 사자 문양이 새겨진 HKD 500 지폐.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로 홍콩역까지
공항에서는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몸을 싣고 시내로. 차창 밖으로는 구룡의 고층 빌딩군과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 고요한 차 안에서, 앞으로 펼쳐질 홍콩에서의 시간을 그려본다.



뜻밖에 만난 POP MART 자판기
홍콩역에서 내려, 첫 목적지를 향해 걷던 길목.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색 본체의 “POP MART ROBO SHOP”. 당시 한창 화제였던 ‘라부부’를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품고, 얼떨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로맨틱 링박스’. 역시 라부부는 아니었지만, 이것 또한 홍콩다운 소소한 일탈이 되었다. 여행 첫날부터, 작은 가챠 운을 시험당한 셈이다.

노포 ‘이락소아(一樂燒鵝)’에서 로스트구스 런치
홍콩다운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지는 시장 구역을 지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상점가를 통과한 곳.

도착한 곳은 1957년 창업, 미쉐린 1스타를 오랫동안 지켜온 노포 ‘이락소아(一樂燒鵝, Yat Lok Restaurant)’.

20여 가지 공정을 거쳐 구워낸다는 ‘소아(燒鵝, 로스트구스)’로 유명한 명가로, 가게 앞에는 유리창 너머로 매달린 로스트구스의 모습. 숯과 기름이 뒤섞인 그윽한 향이 거리까지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가게 안은 비좁아 합석이 당연한 서민적인 스타일. 벽면 가득 붙은 분홍색 메뉴판을 앞에 두고, 솔직히 한자투성이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품을 주문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세트 메뉴가 더 합리적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은 늘 있는 일. 이 또한 여행지에서의 자잘한 실수 중 하나다.

나온 것은 로스트구스 반 마리와 흰쌀밥. 껍질은 바삭하고 향긋하며, 살코기는 기름의 감칠맛이 깊다. 값이 다소 나갔지만, 다 먹고 난 뒤의 만족감은 확실했다. 관광 중에 들르는 곳이라기보다는, ‘이 한 접시를 먹으러 가는’ 곳. 홍콩에서 소아를 맛보려면 이곳을 택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THE PARK LANE HONG KONG 체크인
점심을 마치고 향한 곳은 이 날의 숙소, “THE PARK LANE HONG KONG(柏寧酒店)”. Autograph Collection의 일원답게 로비부터 이미 세련된 분위기.

체크인을 마치고 안내받은 곳은 1522호실. 룸 타입은 디럭스 룸, 킹베드, 시티뷰. 창밖으로는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여정의 거점으로 손색없는 출발이 되었다.

짐을 내려놓고, 오는 길에 얻은 POP MART 전리품을 곧장 개봉했다. 역시나 내용물은 라부부가 아니었지만, 그 느슨함마저도 여행의 추억이 된다.
침사추이의 밤을 걷다: 빅토리아 하버로
호텔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MTR을 타고 침사추이(尖沙咀)로 향했다. 목적지는 빅토리아 하버 너머 홍콩섬의 야경을 바라보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幻彩詠香江)’.

이 날은 공교롭게도 흐린 하늘. 실은 마침 태풍 하나가 막 지나간 뒤, 또 하나가 다가오고 있는 타이밍이었다. 본래라면 화려하게 반짝여야 할 마천루도, 이 날은 두꺼운 구름에 절반쯤 가려진 채 공연을 이어갔다.

스타의 거리(에비뉴 오브 스타즈)를 걸으며, 이소룡 동상과 황금 돼지 동상과도 마주쳤다. 흐린 하늘 아래서도, 오가는 관광객들의 열기만은 변하지 않는다.


노포 ‘맥냔운탄면세가(麥奀雲呑麺世家)’에서 요기
산책 후 들른 곳은 침사추이, 록로드(Lock Road)변에 자리한 노포 완탕면 전문점 ‘맥냔운탄면세가(麥奀雲呑麺世家, Mak’s Noodle)’. 1920년대 광저우에서 ‘완탕면의 왕’이라 불렸던 초대의 맛을 계승해, 지금도 전통 제법으로 한 그릇을 완성하고 있다고 한다.

주문한 것은 대표 메뉴인 새우 완탕면. 맑은 육수에 가는 면, 탱탱한 새우 완탕. 작은 그릇 안에, 홍콩다운 감칠맛의 층이 알차게 담겨 있다. 먹으며 걷기에도 적당한 사이즈로, 관광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맛을 짓는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 ‘홍콩의 원점’을 체현하는 듯한 한 그릇이었다.

완탕면으로 살짝 허기를 채운 뒤, 다음 가게로 향하던 길에 ‘라부부’를 찾아 발견한 곳은 “POP MART 오림피안 시티점(奧海城店)”. 매장 안은 열기로 가득했고, 잇달아 상품을 집어드는 사람들의 물결이 이어졌다.

가지런히 진열된 피규어와 키링을 살펴보다, 결국 또다시 손이 간 것은 ‘라부부’ 계열 박스 하나. 자판기에 이어, 이 날 두 번째 POP MART가 되었다.

두 번째는 현지 식당 ‘흥기채관(興記菜館)’으로
완탕면으로 살짝 허기를 채운 뒤, 한 곳 더. 비닐 커튼에 덮인, 그야말로 현지 감성 가득한 식당 ‘흥기채관(興記菜館, Hing Kee Restaurant)’으로 향했다.

주문한 것은 돌솥 소고기밥. 반숙 계란프라이와 잘게 썬 파가 듬뿍 올라간, 홍콩다운 가정의 맛.

그 밖에도 말린 고추가 가득 올라간 홍콩식 튀김닭, 공심채 볶음, 청경채 부침 등, 잇달아 요리가 줄을 이었다. 실은 이 즈음부터 카메라 혹은 SD카드 상태가 안 좋아져,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그마저도 포함해, 홍콩다운 왁자지껄한 하룻밤으로 기억에 남았다.



차가운 호가든으로 건배하며, 이 날 하루의 홍콩을 천천히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태풍이 다가오는 밤, 개봉 타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곳은, 호텔 바로 근처에 있는 음료 스탠드 ‘미스터 티(MR.TEA, 茶先生)’. 검은 콧수염 로고가 눈에 띄는 홍콩다운 티 스탠드로, 벽면 가득 늘어선 메뉴 중에서 한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이 날의 마지막 이벤트는 홍콩에서 사 모은 POP MART 전리품을 늘어놓는 개봉 타임. 침대 위에 놓인 것은 상자 네 개. 라부부 시리즈가 두 상자, 원피스와 콜라보한 ‘THE MONSTERS ONE PIECE’, 그리고 ‘THE MONSTERS Wacky Mart’.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 만에 이만큼을 사 모으고 있었다.

이 날의 홍콩은, 태풍 하나가 지나가고 또 하나가 다가오는 타이밍.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창유리에는 빼곡히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타이베이 편에 이어, 예상치 못한 해프닝까지 포함해 홍콩다운 습도와 열기를 온몸으로 느낀 하루. 내일은 드디어, 이 여정의 메인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Gastronomy Journey | Day 2
아침 식사를 찾아서
DAY 2의 아침은, 호텔이 있는 구역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홍콩의 MTR은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일본보다 확연히 빠르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탑승 타이밍조차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되는 속도감으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세례였다.

상완(上環)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내리다.
상완 ‘생기죽품전가(生記粥品専家)’에서 요기
목적지는 뒷골목에 조용히 자리한 노포 죽 전문점 ‘생기죽품전가(生記粥品専家, Sang Kee Congee Shop)’. 원래는 포장마차에서 시작한 가게로, 지금도 동냄비로 한 그릇씩 정성껏 완성하는 옛 방식을 지켜가고 있다고 한다. 미쉐린 빕 구르망에도 등재된, 홍콩의 죽 문화를 상징하는 한 곳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종류도 풍성하고, 가격도 서민적이다.

주문한 것은 ‘급제죽(及第粥, 小)’과 ‘향전어병(香煎魚餅)’. 급제죽은 간, 내장, 완자 등의 재료가 한 그릇에 담긴, 그야말로 ‘종합판’ 같은 한 그릇. 쌀알이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끓여낸 죽 베이스는, 숟가락을 넣으면 걸쭉하게 흘러내린다.

재료 하나하나 알맞게 익혀져, 간은 부드럽고 내장은 식감을 남기면서도 잡내가 없다.

함께 나온 생강파 간장(薑葱豉油)을 살짝 곁들이면, 담백한 죽에 향긋함과 짭조름함이 더해져 맛이 한층 또렷해진다.

향전어병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식감. 생선 본연의 단맛이 또렷하게 살아 있어, 죽과 함께하면 식감의 대비가 기분 좋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직하게 맛있는 아침이 되었다.

이 날의 메인, 광둥요리의 정점, The Chairman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호텔로 돌아와 쉬었다가, 센트럴(中環) 방면으로. 공사용 발판과 가림막에 뒤덮인 빌딩들이 늘어선 Queen’s Road Central을 걸어간다.

도착한 곳은 웰링턴 스트리트(Wellington Street) 198번지 빌딩 “The Wellington” 3층에 자리한 “The Chairman(大班樓)”.
수입 식재료에 의존하지 않고, 홍콩 근해에서 잡힌 식재료와 지역 생산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숙성과 발효라는 시간의 요소를 켜켜이 쌓아가는 광둥요리 레스토랑. 오너인 대니 입(葉志明, Danny Yip)이 내세우는 것은 ‘최상의 식재료’, ‘가장 적합한 조리법’, ‘가장 자연스러운 조미’라는 단순한 철학. 화려한 연출을 피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화려한 연출은 없는데도, 향과 온도의 켜만으로 만족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듯한 시간이었다. 식재료 본연의 맛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철학이, 접시 하나하나에 분명하게 전해져 왔다.
가토리 신고의 월 아트를 찾아서
점심을 마치고 향한 곳은, 가토리 신고(香取慎吾)가 그린 월 아트. “BUT NICE”라는 간판을 곁눈질하며, 경사가 이어지는 거리를 걸어 올라간다.

홍콩 특유의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것은 제법 힘겨워, 숨이 차오른다. 도착한 셸리 스트리트(些利街) 벽면에는 용과 홍콩의 거리 풍경을 모티프로 한 화려한 월 아트가 펼쳐져 있었다.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빅토리아 피크로
일단 호텔 “THE PARK LANE”으로 돌아와,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센트럴 방면으로. 피크 트램(Peak Tram), 홍콩 파크 방면 안내판을 따라 걸어간다.

센트럴 교차로에는, 피크 트램과 센트럴역으로 향하는 안내 표지판이 여러 개 겹쳐 있었다.

“THE PEAK TRAM” 입구에 도착했다.

QR코드로 입장해,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린다.

수많은 관광객과 함께 줄을 서서, 드디어 트램에 오른다.

트램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오를수록 점점 더 높아져 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콩의 야경.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에 도착했을 무렵, 하늘은 마침 황혼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빅토리아 하버를 내려다본다. 고층 빌딩군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며, 구름 사이로 홍콩의 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완전히 해가 저물자, 마천루가 온통 빛나는, 홍콩다운 야경이 펼쳐졌다.
% ARABICA와 Silk.에서 잠시 쉬어가다
전망대에서 야경을 만끽한 뒤, 피크 타워(Peak Tower) 내 “% ARABICA”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심플한 ‘%’ 마크가 새겨진 컵을 손에 들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네온사인이 눈길을 끄는 밀크티 전문점 “Silk.”에도 들렀다.

뒷골목의 여백, Neighborhood로
피크에서 내려온 뒤, 버스 타는 법을 몰라 헤매다 Uber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결국 걸어서 가기로 했다.
경사와 계단이 이어지는 길은 제법 체력전이었지만, 네온사인이 효과적으로 밝혀진 거리를 지나며 나아간다.

그라피티로 물든 뒷골목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할리우드 로드(Hollywood Road) 뒷골목 깊숙한 곳으로. 도착한 곳은, 숨어 있는 듯한 모던 비스트로 “Neighborhood”.

프렌치를 근간으로, 아시아와 지중해의 요소를 섞어 넣은 셰프 데이비드 라이(David Lai)의 한 곳. 코스가 아닌, 스몰 플레이트를 자유롭게 조합하는 스타일로, 소금 구이 치킨이나 홋카이도 킨키(金目鯛류)를 사용한 파에야 같은, 예약이 필수인 대표 대형 요리로도 유명하다. 미쉐린 1스타, Asia’s 50 Best Restaurants 선정 경력을 지녔으면서도, 현지 셰프들이 쉬는 날 찾아온다는, 힘을 뺀 편안한 공기가 매력인 곳이라고 한다.
코스의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글에 정리해 두었다.
캐주얼한 공기 속에서도, 확실한 기술이 뒷받침된 한 접시 한 접시가 있었다. 화려함은 없는데도, 향과 온도의 설계만으로 확실하게 만족시켜 온다. 일상의 연장선에 상질(上質)이 있다는, 그런 감각이 편안했다.
공원의 강아지들과의 만남
가게를 나서니, 바로 앞 공원에 강아지들의 모습이 보였다. 치와와와 대형견이라는 조합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홍콩인데, 어쩐지 들려온 것은 일본어 이름이었다는 점이 조금 우스웠다.

밤길의 언덕을 걸어 호텔로 돌아가며, 이 날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드디어, 이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Gastronomy Journey | Day 3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 한 곳 더
드디어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MTR에 올라, 차이완(柴湾) 방면(1호선)으로. 차 안의 노선도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목적지 역까지의 경로를 확인한다.


몬스터 빌딩(怪獸大廈)
개찰구를 나와 지상으로 오르니, 홍콩다운 고층 단지와 버스, 트램이 오가는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단지 사이의 골짜기를 걷다 보면, 색색의 우산을 펼친 노점과, 산의 녹음을 배경으로 한 버스정류장 풍경과 마주친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삼각형으로 만곡된 독특한 형태를 지닌, 통칭 ‘몬스터 빌딩(怪獸大廈)’.

안으로 발을 들이니, 올려다본 하늘을 도려내듯 빼곡히 들어찬 무수한 창문과 에어컨 실외기. 홍콩의 인구밀도가 다다른 극한을, 그야말로 체감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현지 맥도날드에서 허기를 달래다
몬스터 빌딩을 둘러본 뒤, 호텔로 돌아가는 길목. 아침이 너무 일렀던 탓인지 배가 고파져, 현지 맥도날드에 들르기로 했다.
가게 앞에는 벤치에 앉은 로널드 맥도날드 동상과, 커다란 황금색 M마크.

셀프 주문 화면에는,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맥그리들(McGriddle)’의 안내. 홍콩에서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메뉴인 모양이다.

간식을 포장해, 햄버거 층을 모티프로 한 기둥을 곁눈질하며, 호텔로 향하는 길을 재촉한다.
마지막 날에서야 찾아온 쾌청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 창밖으로는 마지막 날에서야 비로소 펼쳐진 쾌청한 하늘. 태풍이 이어졌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빅토리아 파크의 녹음에서 하버까지 훤히 트인 풍경.


지난 며칠간, 흐린 하늘과 태풍에 시달려온 만큼,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이 푸른 하늘은, 마치 뒤늦은 보상처럼 느껴졌다.
체크아웃하고 마지막 목적지로
짐을 정리해, 캐리어를 끌고 체크아웃한다.
마지막 목적지는, 센트럴에 있는 노포 찻집 ‘연향루(蓮香樓, Lin Heung Tea House)’.
센트럴 ‘연향루’에서의 아침 딤섬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연향루는, 지금도 카트식 딤섬 스타일이 남아 있는, 홍콩에서도 몇 안 되는 한 곳이다.
보이차(普洱茶)를 주문하고, 김이 오르는 찜통(蒸籠)을 뒤쫓으며, 차슈바오(叉焼包), 하가우(蝦餃), 시우마이(焼売), 창펀(腸粉), 소고기 시우마이를 잇달아 주문해 간다.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김과 향에 둘러싸인 그 순간의 ‘갓 나온’ 맛이야말로 진짜 별미다. 손님들의 목소리와 카트 바퀴 소리가 뒤섞이는 실내에는, 옛 홍콩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있는 듯했다. 전통이 형식으로만이 아니라, 일상으로서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곳. 여행의 마지막 식사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곳은 없었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로 공항까지
딤섬을 마치고,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에 올라 드디어 공항으로. ‘홍콩(香港)’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역 플랫폼에서, 여정의 끝을 실감한다.

차창 너머로는, 맑게 갠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거리가 흘러간다.
공항의 POP MART에서 마지막 라부부 도전
공항에 도착하니, 출국 로비에는 검은색의 거대한 라부부 모뉴먼트가 맞이해 주었다. HKG, JFK, PVG 등, 전 세계 공항 이름이 명판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공항 내 “POP MART”로.

결국, 목표로 했던 라부부는 당시 너무나 구하기 어려워, 끝까지 손에 넣지 못했다.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잘한 가챠 운을 계속 시험당한 5일간. 그것 또한, 홍콩다운 추억 중 하나가 되었다.
태풍도 있었고, 언덕길도 있었고, 몬스터 빌딩도 있었다. 밀도와 열기로 가득했던 홍콩에서의 나날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에필로그 | 한 그릇의 죽에서, 세계 최고의 한 접시까지.
2박 3일, 홍콩의 가스트로노미를 쫓은 여정이었다.
Asia’s 50 Best Restaurants의 “The Chairman(大班樓)”. 광둥요리의 본질을 응시하며, 발효와 숙성을 거듭해 식재료의 목소리를 조용히 끌어내는, 홍콩을 대표하는 한 곳. 훗날 발표된 2026년판 랭킹에서는, 이 “The Chairman”이 5년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올랐고, 마찬가지로 홍콩의 “Wing”이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홍콩 1·2위 석권. 그 한 접시에서 느꼈던 확실한 손맛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나중에서야 답을 맞춰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할리우드 로드 뒷골목의 “Neighborhood”. 프렌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지중해와 아시아의 요소를 가볍게 엮어낸, ‘여백이 있는 요리’. 캐주얼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요리의 정교함만큼은 확실했다.
세계에 이름을 올린 두 곳만이, 이 도시의 실력은 아니다. 이락소아의 로스트구스, 맥냔운탄면세가의 새우 완탕면, 생기죽품전가의 급제죽, 연향루의 카트식 딤섬. 100년이 넘는 노포의 한 그릇에도, 그에 못지않은 자부심이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한 접시와, 뒷골목의 한 그릇. 그 진폭의 크기야말로, 홍콩이라는 도시가 지닌 미식의 깊이였다고 생각한다.
영국 통치의 기억을 간직한 거리는, ‘중국화’의 기운을 두르면서도, 잡다하고 에너지 넘치는 지금의 얼굴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언덕과 계단투성이의 지형, 단지의 밀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많음.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앗아가는 도시였지만, 그런 만큼 뒷골목에서 만난 한 접시의 기억이 더욱 진하게 남았다.
다음은 어느 도시에서, 어떤 한 접시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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